김포공항 옆 국립항공박물관 (2021.05.15)

김포공항 옆 국립항공박물관 (2021.05.15)

작년 7월 김포국제공항 부지 내에 국립항공박물관이 개관했습니다.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개관 후에도 한동안 관람객을 받지 않다

사전 예약제로 제한적 관람을 받기 시작했는데

관람 가능 인원이 적다 보니 박물관 가야지 하고 홈페이지로 들어갈 때마다

번번이 예약에 실패하곤 했습니다.

그래도 해를 넘기고 나니 이제는 좀 여유가 생긴 건지

2021년 5월 15일 오후 관람 예약에 성공했습니다.

비행기 엔진을 본떠 만들었다는 둥그런 박물관 건물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야외에 놓인 전시물들을 구경하고 들어가겠습니다.

우선 비행기 날개와 엔진 구조를 보여주기 위해

B757 실물에서 뜯어온 날개와 엔진을 보고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병력 양성을 위해

초대 군무총장 노백린 장군의 주도로

미국 캘리포니아 윌로우스에 세운 한인비행학교를 상징하는 조형물도 보고

한국인 최초로 한반도 상곡을 날았던 안창남과

최초의 여성 비행가 권기옥,

그리고 한인비행학교 출신의 6인의 항공독립운동가와 노백린 장군 동상을 둘러봅니다.

이외에 김포공항에서 실제로 사용하다

수명이 다해 이곳으로 옮겨온 각종 표시 및 신호 장비를 보고

내부 전시실로 들어갑니다.

가장 먼저 나오는 공간은 항공역사관인데요.

인류가 하늘을 원하는 대로 날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인류가 하늘을 나는 것을 꿈꾸고 하늘을 이용한 것은 상당히 오래됐으니

항공역사관에서는 항공 역사를 상당히 길게 잡아

인류가 최초로 하늘에 띄운 물건으로 볼 수 있는 연에 대한 소개부터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실제로 날 수 있는 비행기를 만들지는 못했지만

비행기 역사에 있어서 빠뜨릴 수 없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대한 소개도 있네요.

그렇게 오랜 시행착오와 시간이 흐른 후에

마침내 사람을 태운 채로 하늘로 뜰 수 있는 열기구가 등장했고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이동방향을 원하는 대로 조종할 수 있는 비행선이 등장했습니다.

이어서 비행기를 만드는데 공헌한 여러 위인들의 소개를 지나

드디어 우리가 잘 아는 윌버 라이트와 오빌 라이트의 플라이어 1호가 나옵니다.

라이트 형제의 비행 성공과 관련해서 찾아보면 수난사가 참 많지만

여기서 다루기엔 너무 길어지니 패스.

1903년 12월 17일 최초로 하늘을 나는 데 성공한 비행기는

이후 급속도로 발전을 하게 되는데

그 이유가 다름 아닌 제1차 세계대전입니다.

이전까지는 인류의 도전정신을 보여주는 상징물이었다면

전쟁을 겪은 뒤에는 폭격기, 전투기 등 전술적으로 훌륭한 무기로 인식이 바뀌게 되었죠.

여느 군사기술이 그렇듯이 전쟁이 끝난 뒤에는 항공기술이 민간에 유용하게 쓰여

사람을 태우는 비행기는 물론

항공우편을 전담하는 비행기도 등장해 항공수송시장이 대폭 성장하게 됩니다.

제1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비행기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면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는 비행기를 움직이는 기술이 바뀌었는데요.

이전까지는 프로펠러 엔진을 사용한 비행기가 쓰였다면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제트엔진을 사용한 비행기가 등장해 전장을 지배했고

지금까지도 주요 비행기 제조사에서 만드는 비행기들은 제트엔진을 탑재하고 있죠.

제트기끼리 공중에서 격돌하는 최초의 전쟁인 6.25 전쟁을 소개하는 조금은 슬픈 전시물도 보고 나서

대규모 전쟁이 끝나 민간 교류가 더욱 커지는 지금의 모습을 보여주는 전시물을 봅니다.

초음속 비행 시대를 열었지만 여러 한계를 보이면서 결국 시장에서 퇴출된 콩코드 여객기 다이캐스트도 있고,

동서냉전이 촉발한 기술 경쟁이

민간 항공시장에 커다란 영향을 줘서

오히려 시장이 더욱 성장하게 된 아이러니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항공역사관 전시가 끝납니다.

다음으로는 한국의 항공 역사에 대해 보여주는데

비행기가 등장하던 시기는 국권피탈을 거쳐 일제의 식민지가 되던 시기이니

한국 항공의 기원을 독립운동으로부터 찾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미국 캘리포니아 윌로우스에 야심 차게 한인비행학교를 세웠지만

한인비행학교에서 사용한 훈련기 스탠더드 J-1

재정난으로 인해 학교를 오래 유지하지 못하고 문을 닫았고,

한국광복군을 창설하면서 비행대를 편성해 전투를 준비했으나

한국광복군이 한반도에 진입하기 전에 일제가 패망하는 바람에

독립운동가들의 노력에 비해 결실을 제대로 맺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해방 전부터 공군 양성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기에

해방 이후 얼마 지나지 않은 1945년 10월 2일 조선항공협회가 출범하는가 하면

1948년 5월 5일 조선경비대 항공부대를 거쳐 1949년 10월 1일 대한민국 공군이 창설됐습니다.

제대로 된 전투기조차 갖추지 못해 국민성금으로 훈련기 T-6(건국기)를 겨우 사는 등

제대로 된 전력을 갖추는 데 어려움이 많았지만

6.25 전쟁을 계기로 국방력 증강에 박차를 가해

이제는 최신형 스텔스기를 도입하는 공군이 되었습니다.

한편 1920년대 고국비행을 한 안창남에 대해서는 별도의 코너를 두고 다루고 있는데,

한국을 최초로 비행한 한국인으로서 수많은 민중들의 희망이 된 데다

중국으로 건너가 독립운동을 준비한 독립운동가이기도 하니 예의를 표한 것 같네요.

다음으로 민간항공에 대한 본격적인 역사를 다룹니다.

한국 최초의 민간 항공사는 대한국민항공사라는 회사입니다.

서울 김포비행장에서 부산 수영비행장을 잇는 노선으로 운항을 시작한 대한국민항공사는

타이베이를 거쳐 홍콩으로 가는 국제선을 운항하는 등 항공망 확충에 힘썼지만

지금은 인하대학교에 정태 보존 중인 우남호 모형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파산하고 맙니다.

대한국민항공사를 대신해서 세운 공기업 대한항공공사도 경영난에 시달리는 바람에

1969년 정부가 대한항공공사를 한진상사에 넘기는 식으로 민영화를 합니다.

이 회사가 바로 대한항공이죠.

대한항공보다 앞서 항공업에 뛰어든 회사들이 오랫동안 경영난을 겪었는데

지금과 비교하면 형편없을 정도로 낮던 국민소득도 문제였겠지만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 이전까지는 여권 하나 만들기 힘들던

폐쇄적인 정부의 정책이 제일 큰 문제가 아닐까 싶네요.

이어서 다양한 비행기 실물이 등장합니다.

가장 먼저 보잉 747 실제 비행기를 위아래로 잘라놓은 단면이 보이고

그 옆에는 B747에 달린 4개의 제트엔진 중 하나가 놓여 있습니다.

국산 초음속 훈련기 T-50을 기반으로 공군 곡예비행팀 블랙 이글스를 위해 만든 T-50B를 지나

ULD(Unit Load Device)를 개조해 만든 전시칸 위를 바라보면

이름 모를 수많은 비행기들이

계속 시선을 끌어당기네요.

한국에 기반을 두고 영업 중인 항공사들의 승무원 유니폼도 전시 중인데

더는 보지 못할 이스타항공의 유니폼도 있어 괜히 기분이 씁쓸해집니다.

국산 항공기 제조산업을 자랑하기 위해 만든 작은 코너에는

육군용 무인기 RQ-101 송골매, 4인승 민간 항공기 KC-100 나라온,

병력 수송용 헬리콥터 KUH 수리온,

이제는 보라매라는 별칭이 붙은 KF-X 사업의 결과물 KF-21 모형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대중에게는 KF-21이 제일 유명하지 않을까 싶네요.

인천공항에 취항하는 항공사 도장을 한 다이캐스트를 모아뒀다는 전시 공간도 있는데

어째 박물관 방문 당시 시점에서는 영업조차 하지 않은 에어프레미아가 있네요.

개인적으로 애증의 항공사인 일본 피치항공 비행기도 같이 찍어봅니다.

1층 관람을 마치고 위로 올라오면 항공산업관이 나옵니다.

이런저런 수치를 보여주면서 한국 항공산업이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고는 있는데

전투기 자체 개발을 통한 항공기 생산 역량이 있는 것도 맞고

세계 최고의 공항 순위 1위 자리에 지속적으로 오르내리는

인천국제공항으로 대표되는 공항 서비스도 자랑할만하지만

여기서 다루고 있는 항공정비산업(MRO)는

대만보다도 뒤쳐있는 상황이거든요.

벽에 적힌 안내문에 적힌 정부가 돈을 들여 육성하려고 한다는 설명은

반대로 말하자면 아직 성숙하지 못한 한국의 항공정비산업의 실태를 보여준다고도 볼 수 있겠죠.

스마트 무인기 TR-60

아직 갈길이 멀지만 코로나 이전 지속적으로 확대되던 항공시장을 생각해보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산업이기에 지속적으로 투자가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다음 전시관은 '항공운송산업과 공항'관인데

말 그대로 공항 곳곳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승객들이 체크인을 마치고 수하물을 넘기면

수하물은 컨베이어 벨트를 지나면서 자동적으로 분류돼 비행기로 들어갈 채비를 마치고

사람은 보안검색대를 거쳐

출국심사를 하고 면세구역을 지나 비행기에 탑니다.

인천국제공항은 보딩 브리지가 넉넉하니 그럴 일이 거의 없지만

김포국제공항만 가도 규모에 비해 비행기가 너무 많아서

보딩 브리지를 쓰지 못하고 램프버스를 타는 일이 참 잦죠.

비행기를 타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검역을 거쳐

입국심사를 진행한 뒤

수하물이 있는 사람은 수하물을 찾고

세관 검사를 통과해 공항 밖으로 나갑니다.

검역, 입국심사, 세관신고 이 세 과정은 떼려야 뗄 수 없기에 CIQ로 묶어 부르기도 합니다.

외부인의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되는 관제탑에서의 업무도 간단히 소개하고 있는데

그중 항공로 관제에 대해 비교적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네요.

항공관제를 돕기 위한 공항 내 수많은 장비에 대한 소개를 지나

'항공기 개발과 과학'관으로 이동합니다.

과학관에서 볼법한 전시물로 가득한 이곳은

말 그대로 비행기를 만들기 위해 총동원된 과학적 지식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단순히 전시물을 보여주면서 말로 설명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이런저런 체험 장치를 만들어서 양력을 일으키는 원리 등에 대해 알려주는데

이렇게 보니 정말 과학관 같네요.

양력 이외에도 비행기 부품에 작용하는 다양한 힘에 대해 설명하는 전시물을 지나 전시실 밖으로 나오면

비행과 관련된 다양한 체험시설이 나옵니다.

중력 체험이나 관제시설 체험, 비행기 조종실 체험, 승무원 훈련 체험 등

다양한 체험 시설이 마련돼 있는데요.

주로 어린이를 대상으로 만든 체험시설이긴 하지만

어른이도 참 해보고 싶은데

체험 예약은 진즉 마감된 지 오래니 밖에서 구경만 했습니다.

마지막 전시실로 가기 전

'김포공항과 사람들'이라는 특별기획전이 열리고 있길래 여기에 먼저 들렀습니다.

김포공항은 일제강점기 일본군의 비행 훈련장으로 만들어진 경성신공항으로 개장한 것이 그 시초입니다.

비행장이 완공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해방을 맞이해서

한반도 남쪽을 담당한 미군이 김포공항을 공군기지로 활용했고

한국 공군 역시 이곳에서 역사가 시작됐습니다.

전쟁이 끝난 뒤 여의도비행장의 민간항공 기능을 넘겨받아

1950년대 말부터 국제공항으로 활용된 김포공항은

외화를 벌기 위해 해외로 나가는 사람들을 눈물로 보내는 이별의 장소이기도 했고

한국을 방문한 해외 정상들의 첫 번째 공식석상이 되기도 했고

세계적인 무대에서 큰 활약을 하고 돌아온 스포츠 스타를 환영하는 포토존이 되기도 했고

한민족의 슬픈 역사를 장식하는 페이지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공항을 찾는 손님들을 위해 수많은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이렇게 액자에 걸어두고 있습니다.

전시실 한쪽에는 커다란 김포공항 모형이 놓여 있는데

이게 단순한 모형이 아니라서 시간이 지나면 이렇게 공항 터미널이 위로 올라옵니다.

국내선 터미널뿐만 아니라 국제선 터미널 내부도 만들어놨고

김포공항 아래 김포공항역도 만들어놨네요.

하필이면 김포공항역을 드나드는 열차들이 죄다 일본 열차 모형이라 아쉽긴 한데

이건 어쩔 수 없겠죠.

인천국제공항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공항을 운영하는 한국공항공사 관할 공항에 대한 설명을 가볍게 읽어보고

마지막으로 3층에 있는 항공생활관에 들어갑니다.

이곳에는 무인기나 소형 드론을 다루고 있는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SF영화에서나 다룰 법한 이야기였던 기술이

어느새 일상에 자연스럽게 침투해 있는 모습을 보니 신기합니다.

물론 개인용 항공 이동 수단처럼 아직 갈 길이 먼 기술도 있지만 말이죠.

전시실 말고 옥상에 전망대가 있긴 한데 이날 비가 쏟아지는 바람에 나가지 못했으니

박물관 관람은 이것으로 끝입니다.

국립항공박물관이 지어지기 전에는

국내에 항공에 대해 다루는 박물관이 수도권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진 곳뿐이었기에

이곳이 개관하기를 오래전부터 기다려왔습니다.

하필이면 코로나가 터지는 바람에 개관도 계속 미뤄졌고

개관한 뒤에도 한동안 입장 예약에 실패했기에

힘들에 온 김에 사진을 죽어라 남겼는데요.

그만큼 관람은 즐거웠지만 이걸 블로그에 올리려니 상당히 사진이 많아

업로드를 미루고 미루다 이제야 올리게 되었습니다.

이곳 관람에 너무 힘을 쓰는 바람에

나중에 제주도에 있는 제주항공우주박물관은 조금 심심했다는 문제도 있긴 한데

이건 나중에 다뤄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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