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서점의 묘미를 알게되다, 건대 커먼그라운드 내 인덱스숍

독립서점의 묘미를 알게되다, 건대 커먼그라운드 내 인덱스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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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덱스숍

독립서점의 묘미를 알게 되다,

건대 커먼그라운드 내 인덱스숍

"정말 너무 좋다"라는 감탄사를 연발할 수밖에 없었다.

이래서 서점 투어를 다니는 사람들이 있는 건가?

서점은 책을 사기 위해 방문하는 장소라고 여겼던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인덱스숍

서점 주인의 취향이 모여있는 듯한 실내 분위기와

많은 책을 담을 수 없는 작은 공간에서 고민하고 고민해서 선별했을 것 같은 책들

인덱스숍

기대하지 못했던 가슴 벅찬 울림을 느끼게 해 준 이 공간에서

어떻게든 나의 현재와 접점을 만들고 싶었다.

아주 미미한 깨달음이라도 무엇이든 얻어 가고 싶다는 갈망이 순식간에 생겨났다.

건대 커먼그라운드

2021년 9월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이다.

아무도 재촉하지 않았지만 전후 사정상 지켜져야 하는 마감일자가 이번 주까지인 보고서를 숙제로 안은 명절 연휴를 맞았다.

책 한 권 분량의 보고서를 써내야 하는데

욕이 나오리 만치 막막하고 외롭고 서글펐다.

아무도 안 하니까 나도 하지 말아야 할지, 내 시간을 할애 해 가면서 까지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미처 마치지 못하고 마쳐야 할 숙제를 떠안고 있었다.

안 해도 되는 것 아니냐는 사람들 사이에서

내가 이걸 왜 하려고 하는 걸까. 나는 왜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가.

나에게 질문을 되뇌고 되뇌었다.

답을 찾지 못하는 시간은 흘러가고 해결되고 있는 것은 없었다.

그래서 뭐 하나라도 하자라는 생각으로 '기깔나는 문서를 작성하는 방법' 같은 것을 알려주는 책을 찾아보려고 서점을 찾아 나섰다.

커먼그라운드

그런데 건대 반디 앤 루니스 서점은 언제부터 문이 안 열고 있었던 건가.

찾아 나선 서점은 폐점을 한지 한참은 되어 보였다.

당혹감을 느끼고 한숨 한번 내쉬고 근처 서점을 서치 해 보았다.

커먼그라운드

가까운 곳에 알라딘 중고서점이 있었는데

그보다 먼 곳에 책이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 '인덱스숍'이라는 곳을 가보자 싶었다.

날씨도 화창하니 허탕 칠 요량으로 운동삼아 걸어보자는 생각이었다.

커먼그라운드

커먼그라운드가 생긴 지 1~2년 된 것도 아니고

생기고서 몇 번 다녀오기도 했던 곳이어서 뻔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작은 공간 한편에서 서점 알바생이 얼마 되지 않는 책을 무료하게 지키고 서 있을 모습을 상상하고 있었다.

커먼그라운드

그런데 이게 뭐람

시궁창 같던 내 연휴만큼이나 뻔하고 무료할 것이라 예상했던 장소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갑자기 이런저런 즐거운 상상들이 나를 자극시켰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맥주 한잔 하는 상상,

책 한 권 들고 앉아 커피를 마시며 개방감을 만끽하는 상상,

누군가를 데리고 와서 맛있는 밥을 먹고 싶다는 상상,

내 감정을 글로 쓰고 싶다는 갈망,

머리를 어지럽히던 고민에 대한 해답이 날 것 같다는 안도감 등등 여러 가지 즐거운 상상들..

인덱스숍

그렇게 공간이 주는 개방감을 느끼면서 긍정적이다 못해 날아갈 듯 기쁜 감정을 느끼며 인덱스숍을 들어섰다.

아기자기하고 어딘지 모르게 예쁜 책들, 내용마저도 맘에 쏙 들 것 같은 기대감을 가지며 서점 구석구석을 구경했다.

인덱스숍

이런 기쁜 감정을 갖게 해 준 우연의 시간에 감사를 표현하고 싶어서 책을 한 권 사려고 했다.

손바닥보다 조금 큰 책 한 권을 들어 가격을 보니 6,000원이었다. 얇고 가벼운 데다가

불행하면 글을 쓴다는 공감 가는 제목 한 줄.

책 한 권을 손에 쥐고 서점을 조금 더 둘러보았다. '문서'에 관한 책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인덱스숍

몇 걸음을 더 걷다가 만화로 된 얇은 책을 발견했다.

뭔지 모를 까만 애가 대충 회사가 싫다는 얘기를 하는 것 같았다.

나는 회사가 싫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어느 회사에서든 배울 것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이유로 퇴사를 하고 스스로 돈을 버는 방법을 찾고 있지만 회사가 싫진 않았었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회사가 왜 싫은 걸까. 회사가 싫은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렇게 '문서'랑은 상관없는 책을 또 집어 들었다.

인덱스숍

그렇게 '문서'와 관련된 책을 찾고 있는데

여기 왜 이렇게 흥미로운 책들이 많은 거야.....

'일하는 여성'과 '조직 혁신'을 다루는 주제라니... 언제나 흥미 있는 주제의 제목이 너무 깔끔한 표지 위에 쓰여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문서'와 상관없는 책을 또 집어 들었다.

이쯤 되니 내 본래의 고민은 작아져 버렸고 더 사면 안된다는 제어장치를 발동시켜야 했다.

이제 그만!!!이라고 속으로 외치면서 나머지 서점을 돌아보았다.

인덱스숍

어쩌면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음악과 비슷한 게 아닐까 싶었다.

5선에 일정한 규칙이 정해진 음표를 그려가며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 내는 것처럼

일정한 규칙 안에서 표와 문장을 이용해서 우리 회사를 상상할 수 있게 만드는 것에서 창작의 고통과 버금가는 고통을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앞으로 남아있는 세월을 앞에 두고서 지금의 시간을 적극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수없이 많은 것을 배워야 과정 중의 한 가지를 배우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인덱스숍

점원에게 물어보아도 결국 '문서'와 관련된 책은 없었다.

5만원이 넘는 책을 사 들고 나오면서 지금의 나보다 더 즐겁고 행복한 사람은 없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커먼그라운드

공간이 주는 개방감을 만끽하고 때론 눈부신 햇살을 피해 가며 작고 가벼운 책 한 권을 읽으며 자리에 머물렀다. 어떤 문장에선 지난 사랑을 떠올리기도 하고 어떤 문장에선 웃음 짓기도 눈물짓기도 하면서 보내야 하는 이런저런 것들을 보내주었다.

한 계단은 더 성숙해지는 연휴를 보내면서 즐겁고 행복한 마무리를 만들어준 어느 작은 서점을 발견하게 도니 것에 너무나도 감사하다.

나는 오늘 밤늦은 시간까지 보고서를 만들어 내느라 머리를 싸매겠지만 마음은 한결 가뿐하게 임할 것 같다.

그리고 글을 마무리하며 한 가지 목표가 생겼다.

서점 투어를 꼭 해야겠다는 목표가.

세상 곳곳에 있을 작은 서점에서 또 어떤 것을 얻게 되고 보내주게 될지 기대가 된다.

......

가까운 곳에 즐길 수 있는 서점을 발견하게 된 것이 기뻐서 오랜만에 블로그에 글을 쓰게 되었다.

가까운 주말에 지갑 하나만 달랑달랑 들고 가서 그때 보이는 흥미로운 책 한 권을 사들고 테라스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책을 볼 것 같다.

마치 뽑기를 하듯 어떤 책을 읽게 될지 궁금한 놀이를 발견한 것 같다.

허탈하다가도 즐거움이 생기니, 인생은 정말 재미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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