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돌아보기

2021년 돌아보기

블로그의 첫 글이지만 연말이기도 하기에 첫 글로는 다소 갑작스러울지도 모르지만

2021년 한해를 돌아보며 잘한 일과 아쉬운 부분을 써볼까 한다.

일단은 잘한 일 부터

1. 가계부를 쓰기 시작했다.

원래 나의 돈 관리는 매우 단순했는데 , 나는 내 손으로 돈을 벌기 시작했을 때부터 그러니까 대학생 시절 알바를 시작했을 때부터 돈을 모으는 나름의 규칙이 있었다. 바로 버는 돈의 반은 무조건 저금하기. 버는 돈의 크기는 상관없이 무조건 반을, 50만을 벌어도 25만을 저금하고 20만원을 벌어도 10만원은 저금 하는 식이었다. 덕분에 이 방법으로 늘 몫돈이 생기긴 했는데 한 번도 내 뜻대로 써본적은 없다. 백만원 단위의 손이 생기기가 무섭게 가족이 손을 벌리고 남은 몇십만원의 돈은 알바가 없는 동안의 생활비로 흐지부지 써버려서 목돈으로 할 수 있었을 많은 일들을 못하고 지내왔다.

학창시절에도 주기적으로 받는 용돈도 없고 필요할 때 타쓰는 돈을 조금씩 남겨서 원하는 걸 사고 대학에 입학한 후에는 계속 일을 하며 직접 돈을 벌었다. 짠순이 기질이 당연히 있지만 돈을 미친듯이 벌고싶어서 모으기보다는 그냥 절약이 습관이고 목돈 모으는것 자체를 좋아서 모았던거라 목적이 없이 일정 비율을 모으고 남는 돈은 마음대로 쓰는 식으로 살아왔다. 하지만 점점 버는 돈도 늘고 버는 돈의 반만 저금하자는 신념에서 저금액을 늘려야할 필요성을 느껴서, 원래 생활비로 쓰던 돈에서 절약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게 됐다. 원래는 저금하고 남은 돈이라는 정해진 금액이 있으니 지출을 거기에 맞추는 식이라 딱히 가계부를 쓸 필요를 못느꼈지만, 이제는 제대로 쓸 곳에는 쓰고 아낄 곳에는 아껴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계부를 수기로 쓰는 건 처음부터 무리라고 생각했다. 매일 저녁에 기록을 해야 밀리지 않을 텐데, 당일에 쓰고 적어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카드대금 결제나 교통카드 출금처럼 내가 까먹는 사이 나가는 돈도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기로만 기록하면 어느순간 게을러져서 미루게 된다는 단점도 있었다. 결국 돈을 쓰는 순간순간 기록이 가능한 휴대폰 어플을 쓰기로 했다. 내가 사용한 어플은 편한 가계부였는데, 여러개를 다 써본 것은 아니고 기본적인 부분은 다 비슷하다고 생각해서 가장 리뷰가 좋은 것들 중에서 무료이면서 내가 원하는 기능이 다 들어있는 어플이었기에 사용하게 되었다. 2월 중순부터 쓰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초반에는 돈을 쓸 때마다 폰을 꺼내서 기록했지만 어쩌다 바빠서 나중에 써야지 하고 까먹어서 누락되는 일이 있다보니 결국은 주말쯤에 몰아서 확인하고 쓰게 되었다. 나름 일주일의 소비생활이 복기되는 부분은 좋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연초부터 연말까지 꾸준히 가계부를 작성해본 결과, 가계부를 쓰는 것 자체가 돈을 아껴주는 건 아니라는걸 알게 되었다. 그냥 많이 쓴 달은 아 많이 썼구나... 적게 쓴 달은 이번달은 선방했구나, 하는 정도의 감회만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여러개의 통장의 잔고가 확실하게 파악되니 가지고 있는 돈을 관리하기가 수월해졌다. 또한 통장 관리를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좀 더 이자를 많이 받을 수 있다거나, 용도 별로 나눠쓰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면서 재태크 공부도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다. 아직은 초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수박 겉핥기 수준이지만, 돈을 무슨 장작처럼 쌓아두기만 하던 시절보단 낫다고 생각한다. 조금씩 늘어나는 잔고를 보며 뿌듯해 하기도, 훨씬 많이 모으고 불리는 남들과 비교하며 우울해 하기도 했다.

12월에 들어서는 지출이 무시무시할 정도로 많아서 좀 걱정은 되지만 연말이라서 그렇다고 애써 외면 해본다. 내년에도 이 습관을 쭉 이어가며 제대로 절약하고 재산을 불려나가고 싶다.

2. 각종 재태크를 시작했다.

재태크라고 해도 별거 없긴 하다. 원래는 정말 적금에 돈을 붓고 만기가 되면 다시 예금에 쳐박아 둔 뒤 새로 버는 돈을 적금으로 모으는 것만 해왔다. 개인적으로는 사회초년생은 이정도만 꾸준히 해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돈이 모여있는 시스템이니까. 은행이자가 너무 짜서 물가상승률을 생각하면 손해니 뭐니 하지만 그냥 어디에도 모아놓지 않는 것보다는 확실하고 은행이자가 짜다고 해도 현금을 그냥 들고 있는 것 보다야 나으니까. 어느정도 돈이 불어나면 그때부터 어떻게 불릴지 고민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는 제대로 직장생활을 시작한 것도 남들보다 늦었는데 심지어 중간까지 꾸준히 잘 모은 돈을 가족으로 인해 싹 긁어서 내놔야 했다. 조급해하지 않고 차근차근 모으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이런 일을 겪으니 정말 견디기가 힘들었다. 뭐 시원하게 탕진이라도 하면 돈이 없어도 억울하지나 않을텐데, 쓰지도 않았는데 잔고가 다시 0이 되니 정말 황망할 다름이었다. 하지만 이미 없어진 돈은 돈이고, 나는 다시 0부터 꾸준히 모았다. 다른 방법이 없으니까. 하지만 가계부를 쓰다보니 내가 아무리 열심히 모아도 이렇게 쌓기만 해서는 큰 자산을 모으는게 어렵다는걸 정말 뼈져리게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유투브에서 각종 재태크 관련 영상을 찾아보게 되었다. 온갖 부업으로 돈버는 방법부터 시작해서, 절약하는 방법, 주식투자, 부동산투자까지 정말 많은 영상을 봤는데, 이중에 부업이나 부동산은 거의 실천하지는 못했다. 절약하는 방법 중 도움이 많이 됐던 것은 광역알뜰교통카드였는데, 전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가계부를 쓰기 전까지는 굳이 교통비에서 한달 만원정도 절약하는게 큰 의미가 있나? 생각했다. 사실 만원을 아껴도 기분 좋다고 맛있는 음식 한번 사먹으면 사라질 돈이니 괜히 귀찮은 짓까지 하면서 아낄 필요성을 못느꼈던 것인데 가계부를 쓰면서 어디서든 돈나갈 구멍은 줄이고 돈 들어올 구멍은 늘리고 싶은 욕망이 커지다보니, 올해부터는 나도 이 카드를 사용하게 되었다. 덕분에 5~6만원 정도하는 교통비에서 1만원 정도는 매월 돌려받고 있다. 어차피 매일 출근하며 내야 하는 돈이면 작은 노력으로 이렇게 아낄 수 있는건 큰 이득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절약 외에도 주식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나에게 주식은 손대면 망하는 거의 도박중독에 가까운 악습관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주변에서 그런 경우를 봐서 더 편견이 굳혀졌었는데, 작년부터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인해 주식시장이 요동치면서 너도나도 주식을 시작하고 심지어는 평범하게 길을 걸어도 마주치는 행인들이 주식이야기 하는 것만 들릴 정도로 다들 주식하는 분위기에서도 나는 겁이나서 엄두를 못내고 있었다. 일단 주식을 시작할 만한 목돈도 적금이니 예금이니에 다 묶여 있었기에, 별 생각없이 지내왔다가, 가계부를 쓰고 재태크 영상들을 찾아보면서 전에 몰랐던 연금저축펀드, ISA, IRP 등등의 용어를 알게 되고 공부하다보니 마냥 겁만 낼 것이 아니라 한번 쯤 직접 해보자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그렇게 미래에셋증권에서 처음으로 증권계좌를 개설해보고, 같이 재태크 공부하는 친구와 함께 공모주에도 도전해보았다. 공모주는 조금 늦게 빠지긴 했지만 익절하면서 끝냈데도 너무 급변하는 주가를 보며 스트레스 받는 바람에 이건 내가 갈 길이 아니라는 것이 첫 감상이었다. 그래도 기왕에 증권사 어플도 깔고 계좌도 열었으니 삼성전자를 10주 모아보자는 마음으로 사보았다. 하지만 그때는 삼성이 9만전자에서 8만으로 내려온지 얼마 안됐을 때였고 주식을 정말 몰랐던 나는 어차피 주식은 장기투자가 답이다! 라는 어디서 겉핥기로 배운 지식만 가지고 지금 좀 비싸도 들고 있으면 이것보다 우상향 하지않을까? 하면서 과감하게 몇 주를 샀다... 그 뒤에 자꾸 가격이 내려가는 통에 아쉽긴 했지만 딱히 팔 생각도 없어서 그냥 계속 들고 있으면서 싸질 때마다 조금씩 더 사모아 8주가 되었다. 그리고 어쩌다보니 다시 가격이 올라서 이른바 물타기를 해낸 것이 되었다. 하지만 가격이 올라버린 탓에 10주는 못모아서 아직도 기다리고 있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의 은화 한 닢...

이렇게 우량주도 조금 사보고, 그 뒤에는 사람들이 그렇게나 좋다고 하는 해외 ETF를 연금저축펀드와 ISA계좌에서 매수해보기도 했다. 일단 딱히 이렇다할 종자돈을 모은 상태도 아니기에 그저 새액공제 계좌 구실이나 해보라며 돈을 조금 넣어 뒀는데 이걸 그냥 현금으로 둘 수도 없으니 종류별로 조금씩 여러개를 사본것이다. 덕분에 배운 것도 있고, 조금 덜 겁내면서 투자를 해보게 되었다. 원래는 그냥 현금으로만 방치하고 있던 퇴직연금계좌의 돈들도 혼자 열심히 어플을 뒤져보며 ETF매수와 펀드로 투자에 도전해보게 되었다. 원래는 퇴사하면 바로 현금으로 받는게 좋지 쓸데없이 돈을 묶어버린다며, 투자같은건 귀찮게 왜 시키냐 그냥 냅둬야지 했는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참 아쉽긴 하다. 일찍 해봤으면 더 좋았겠지만 어쨋든 지금이 나에게는 가장 빠른 순간이니까 이래저래 공부해가며 자산이 과연 늘어날지 지켜보는 중이다.

3. 런데이 어플을 깔았다. 토스 만보기도

런데이는 운동에 관심있고 러닝을 도전하는 사람들에게는 거의 바이블에 가까운 앱이라고 알고있다. 나도 주변의 친구들이 함께 운동하자며 계속 권했던 어플이었는데, 어느순간부터 운동을 지독히도 꺼리게 된 탓에 이 어플을 깔기를 계속 미뤄왔다. 하지만 8주의 러닝코스에 도전하는 친구들을 보며 나도 결심이 서서 드디어 깔고 도전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처참히 망해버렸다. 러닝 후에 잘 쉬어주라는 런데이의 말은 귓등으로 듣고 일주일에 3회 달성이라는 잘못된 달성목표에 집착해서 연달아 달리거나 무리해서 달리는 바람에 자주 탈이나고 쉬었다가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을 반복하다가 지쳐버린 것이다.

나중엔 결국 포기 상태가 되어서, 달리기는 영영 안하게 되었다. 하지만 어플을 살펴보던 나는 여기에 걷기 항목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대신 매일매일 걷기 시작했다. 달리기를 꾸준히 하기 힘들다면 차라리 몸에 덜 무리가 가는 걷기를 매일 하는 것이 나에게는 맞겠다는 계산이었다. 그렇게 걷기 하나는 정말 꾸준히 해준 덕분인지 올해 건강검진에서 매우 결과가 좋게 나왔다. 일반검진이라 자세한 것은 알 수 없기는 하지만, 사회생활 시작이래 좋은 적이 없었던 피검사가 모두 좋게 나온 것이었다. 특히 직전의 건강검진이 오랜 운동부족의 생활습관과 하루종일 앉아서 보내는 사무실 생활로 인해 정말 안좋게 나왔어서 정말 기뻤다. 물론 식습관에서도 노력하긴 했지만, 매일 걷는 습관이 없었다면 정상범위로는 들어오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원래는 코앞에 있어도 일년에 열 번도 안가던 공원을 매일매일 가다보니 산책도 좋아하게 되었다. 약속없는 주말에 집에 하루종일 있다보면 몸은 편해도 마음이 울적해질 때가 많았는데, 그럴 때 벌떡 일어나서 공원을 한참 돌다 오면 기분도 가벼워지고 사고도 조금 건강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걷기가 익숙해질 무렵에 유투브에서 토스에서 곧 이자율이 빵빵한 통장을 만들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마침 곧 적금과 예금이 만기가 되어 나올 목돈들을 예치해둘 파킹통장도 마련할 겸 전에 앱태크 영상에서 봤던 토스 만보기나 해볼까 싶어 토스 어플을 깔게 되었다.

원래는 런데이에서 걷기코스를 완료하는게 목표였지만 여기에 토스만보기가 더해지면서 하루 만보 걷기가 목표에 추가되었다. 만보를 채우기 위해서는 따로 시간내서 공원 한시간 걷기 만으로는 조금 모자라지만 원래 지하철에서 버스로 환승해서 3정거장 가는 길을 그냥 걸어서 집까지 가면서 채우기로 했다. 사실 이건 그전부터도 모자란 운동량을 채우기 위해 하던 일이라 그리 어렵지도 않았다. 하다보니 알게 된 것이 집까지 가는 길이 번화가 이다보니 토스만보기 미션장소들을 일부러 찾아다니지 않아도 다 들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미션장소는 대부분 식당이나 카페 편의점같은 곳이 많은데 원래의 나라면 퇴근길에 간식거리나 사러 들리기도 하는 장소들이지만 20원 벌려고 거기까지 갔으면서 거기서 돈을 쓸 수 없다는 강한 결심이 생겨, 간식에 쓰는 돈도 줄고 안좋은 간식습관도 줄이게 되었다.

이 두 어플 덕분에 평소 하던대로 걸어도 나는 140원을 매일 벌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이걸 매일 다 해낸 것은 아니고, 가끔은 그냥 버스타고 집에 간적도 있고, 미션장소가 맞지 않아서 다 들리기를 포기한 적도 있다. 그래도 그냥 평소처럼 걷는데 돈이 생기니 걸을 때 더 즐거울 이유가 생기긴 했다. 이것도 좀 더 빨리 시작했으면 얼마나 많은 돈을 모았을까 아쉽긴 하지만, 올해의 성과만 해도 퍽 만족하는 편이다. 조만간 어렵지 않은 다른 앱태크들도 도전 해볼까한다.

공유하기 글 요소 저작자표시

from http://saisstory.tistory.com/3 by ccl(A) rewrite - 2021-12-28 19:59:49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