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nk McCourt - Angela's Ashes

Frank McCourt - Angela's Ashes

최근 프랭크 맥코트라는 사람이 쓴 Angela's Ashes라는 책을 '들었다'. 다른 분의 블로그에서 소개되어 발견한 책인데 정말 놀라운 책이었다. 혹시나 해서 검색을 해보니 한국에서도 '안젤라의 재'라는 제목으로 출간이 되었나 보다. 한국에서는 소설책이라고 소개된 듯한데 단순히 소설책이라고 하기보다는 소설같이 쓴 자서전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만약 이것을 소설이라고 생각한다면 느껴지는 슬픔이 훨씬 적을 것이다.

한편 이 책은 1996년 미국에서 처음 발간된 책으로 1930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작가가 1934년 부모의 고향인 아일랜드로 돌아가서 겪은 일은 적은 책이다(참고로 작가는 2009년에 돌아가심). 무능하며 전혀 책임감이 없는 아버지로 인해서 가난과 배고픔을 겪는 가족들의 이야기가 너무 슬프다.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도서관에서 종이 책이 아닌 오디오북을 빌려서 들었다. 그런데 오디오북으로 듣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디오북에서는 작가의 직접 책을 읽는데 아버지가 부르던 아일랜드의 노래들, 아일랜드 사람들의 액센트 그리고 사람들의 대화를 매우 잘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듣기만 하다 보니 중간에 약간 알아들을 수 없는 내용들도 있어서 도서관에 가서 종이 책도 빌려왔다.

오디오북의 분량이 15시간에 달한다. 보통 운전할 때 듣기 때문에 다 듣는데 2주 이상 걸렸다.

책을 들으면서 매우 슬픈 장면들이 많이 있었다.

우선 아일랜드로 돌아간 이후 쌍둥이 동생들(세 번째, 네 번째 자식)이 차례로 죽는데 그중 한 명이 먼저 죽고 다른 동생이 죽은 동생을 찾는 장면이었다. 작가의 아버지가 그것을 보며 '그나마 다행인 것은 너무 어리기 때문에 곧 쌍둥이 형제가 있었다는 잊을 거다'라고 말 하지만 그 동생도 6개월 후 죽게 된다.

다른 장면들은 주로 작가의 아버지와 관련된 일들이다. 아버지가 어쩌다 직장을 구하게 되면 모든 가족들이 금요일 오후 집을 정리하면서 급여를 들고 올 아버지를 기다린다. 하지만 매번 급여를 모두 술값으로 탕진하고 마는데 정말 어떻게 아버지란 사람이 그럴 수 있나 싶을 정도이다. 게다가 새로운 아기가 태어났을 때 아버지 집 쪽에서 보내온 돈마저 술값으로 탕진하고, 돈을 벌러 영국에 가서도 다른 사람들과 달리 단 한 번도 돈을 송금하지 않는 것을 보면 듣는 내가 화가 난다.

한편 아일랜드의 사정에 대해서 자세히 모르는 나로서는 책을 들으면서 궁금한 점들이 몇 가지 생겼다. 우선 작가의 아버지는 '북쪽' 사람이라서 아일랜드 남부에서 직업을 잘 구할 수 없었고, 어머니 가족들도 '북쪽' 사람과 결혼한 것을 매우 비난했다. 조금 찾아보니 그 이유가 주로 종교적인 대립 때문에 발생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남부 아일랜드는 카톨릭이 매우 강하고 북부는 예전부터 영국의 영향을 받아서 신교(Protestant)가 강세였기 때문에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상황이었나 보다(결국 그래서 Ireland와 Northen Ireland로 나눠졌을 것이다).

그다음은 아일랜드 사람들이 영국(England) 사람을 무척 싫어하는데(우리나라 사람이 일본 사람들 싫어하듯) 그러면서 모두가 아일랜드 말이 아닌 영어를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아일랜드어는 영어와 계통도 다르던데 그렇게 싫으면서 자기네 말을 버렸나 싶었다. 찾아보니 이것은 주로 영국의 침략과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오래전부터 영국 사람들이 이주(혹은 침략)하여 영어가 점차 퍼져나갔고 특히 대기근(Great Famine)을 거치며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더욱 많은 사람들이 영어를 사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을 들으며 나도 몰래 (우리) 아버지 생각이 자주 났다. 1940년대 말에 태어나신 아버지는 전쟁을 거치며 할아버지를 따라 밀양에서 강원도로 이사를 갔다. 돈을 벌기 위해 모든 가족들이 이사를 간 것이었는데 하필 할아버지는 그곳에서 병에 걸리셔서 일찍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런데 이때의 이야기가 정말 충격적이다. 할아버지가 병으로 얼마 살지 못할 것 같았을 때 주변 사람들은 시신을 삶은 물을 마셔야 낫는다고 했단다. 그래서 (아버지 기억에는) 그렇게 했는데 그것을 마시고는 바로 몸이 더 안 좋아지셔서 곧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 이후 가족들은 또다시 친척들이 살고 계셨던 부산으로 이사를 갔고 아버지는 그곳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하셨다. 그런데 남자 형제 들 중 첫째였던 큰아버지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가족들을 부양하지 않았고(아마 서울로 유학을 가셨던가 싶다) 남자 중에서 둘째였던 아버지가 돈을 벌어서 가족들을 부양해야 했다. 그래서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바로 본인이 다니셨던 학교 앞에서 뺑뺑이를 돌리는 장사를 시작하셨다고 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 서울로 와서 사업을 시작하셨다는데 중간에 비어 있는 이야기가 너무 많다. 천상 경상도 남자인 아버지는 나에게 '밥은 먹었나', '공부는 했나', '월급은 얼마 받나', '전기세는 얼마나 나오나' 정도 이상의 말씀은 하시지 않는다. 그리고 나 또한 평생을 살면서 아버지 인생에 대해서 제대로 여쭈어 본 적이 없다. 맥코트 아저씨의 이야기도 슬프고 힘겹지만 우리 아버지의 이야기 또한 만만치 않을 것 같기 때문에 코로나가 끝나고 한국에 가게 되면 녹음기를 들고 아버지와 긴 대화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DK의 눈물'과 같은 제목으로 책을 써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끝으로 작가는 'Tis(It is라는 뜻)와 Teacher Man이라는 책을 통해 미국으로 돌아온 이후의 이야기를 썼다. 바로 'Tis를 들어보고 싶지만 아쉽게도 대기자가 많아서 2달 정도 기다려야 한다. 정말 끝으로 만약 이 작가의 책들을 오디오북으로 듣는다면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세 권의 책 모두 오디오북으로 듣는다면 10시간이 넘는데 어떤 오디오북들은 편집(Abridged) 되어 5~6시간 분량이다. 따라서 오디오북 표지나 총분량을 확인하고 듣는 것이 좋을 듯하다.

프랑크 맥코트의 오디오북은 Unabridged 버전을 들어야 중간에 듣다가 김이 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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