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간호사 발령!

드디어 간호사 발령!

엊그제 늦은 저녁, 병원 측으로부터 메일이 왔다.

6월 1일 자로 출근하라는 내용이었다. 드디어 간호사로 발령이 난 것이다.

작년 여름 7월 즈음인가 최종 합격 메일을 받고 거의 1년 만이다.

1월 말에 국시가 끝나고 4개월 동안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그저 내가 하고 싶은 것들만 했다.

부모님은 그 시간에 놀 바에야 웨이팅 알바를 하면서 돈이라도 버는 게 낫지 않나,라고 했지만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며,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게 뭐고 살고 싶은 인생이 뭔지 탐색할 시간은 지금 뿐이라는 생각을 했다.

솔직히 평생 직장으로 간호사를 할 생각은 전혀 없다.

간호사 말고도 먹고 살 길은 많고, 굳이 고생하는 일을 평생 할 필요도 없거니와,

그렇다면 당장의 돈보다도 앞으로 나의 길을 찾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4개월 동안 영어책 편집도 해보고, 이모티콘도 만들고,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면서 자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이제 그 시간을 떠나보내고 간호사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해야 한다....!

메일을 받고 하루 동안은 계속 가슴이 쿵쾅거렸다.

이제 진짜 학생 끝, 간호사 시작이다. 그 힘들다는 간호사 말이다.

익숙했던 공간을 떠나와 새로운 곳으로 향하는 시작은 항상 힘들었던 것 같다.

대학교 2학년 때 처음 기숙사에 입주했던 첫날 밤, 낯선 천장을 보면서 울다 잠들었던 기억도 있고,

3학년 때 병원 실습을 시작한 첫 일주일은 거의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멍하니 보내기만 하기도 했다.

첫 시작을 항상 어려워하는 나지만, 적응은 그 누구보다도 빠른 나임을 알기에 이제 더 이상 걱정은 없다.

기숙사에서 잤던 첫날 밤은 엉엉 울었을지 몰라도,

집에서 나와 있는 자유가 너무 좋아 다른 학생들은 다 집에 가는 방학에도 짐을 빼지 않았고, 기숙사에 4년 넘게 붙어 있었다.

병원 실습 첫 일주일은 너무 견디기 힘들어했을지 몰라도,

그 이후부터 나름 요령(?)이 생겨 일찍 퇴근하는 법과 빨리 과제 쓰는 법을 터득해버린 나였기 때문이다.

낯선 생활이 어려운 이유는 내가 뭘 모르기 때문이다.

뭘 모르니까 머릿속 빈 공간을 내 상상으로 채운다.

인간은 상상하기 때문에 괴로운 존재라는 말도 있다.

쓸데없이 이렇지 않을까? 저렇지 않을까? 상상하느라 기력을 소진하고 힘들어한다.

하지만 막상 시작하고 1주일이 지나면 대충 어느 정도 '아~ 이런 곳이구나' 파악이 될 것이고,

그러면 그 이후는 점차 편해지게 되어있다.

익숙지 않은 생활의 두려움을 이기는 나만의 방법은 익숙한 물건을 가져가는 것이다.

조그마한 것이라도 몇 년 간 늘 봐왔던 나만의 수첩, 필기구라든지 인형 같은 것들은

익숙지 않은 곳에서 작은 위안을 준다.

근무를 시작하면 꼭 내 수첩과 일기장을 들고 가리라.

이제 3주 정도의 기간이 남았다.

기대 반 걱정 반의 심정이지만, 그나마 반이라도 있는 걱정도 어느 정도 각오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크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아직 햇병아리 간호사라서 간댕이가 부은 건가?

진짠지 아닌지는 앞으로 블로그 포스팅을 계속하면서 중계해보도록 하겠다.

그러면 나는 앞으로 남은 3주간 더 멋지고 끝내주게 놀아야지.

끝!

PS. 발령 하루 전날에 부서를 알려준다는 병원,,,,진심입니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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