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하고 싶은 일이 없군...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없군...

몇 주째 며칠째 구인구직 사이트를 뒤지면서 공고를 읽고 있다. 마치 책이나 기사를 읽듯이 샅샅이 살펴보면서 공고를 낸 회사나 직무를 살펴보고 회사 홈페이지에도 들어가보고 잡플래닛의 평점과 리뷰도 읽는다. 그런데도 하고 싶은 일이나 들어가고 싶은 회사가 없다. 결국 돈을 벌기 위해서 일을 하려고 하는 것이다. 당연한 말인데 그게 나라는 인간의 특성을 고려해볼 때 조금 이상한 일이라 그래서 뭔가 진행이 안되는 느낌이 많이 든다.

오랫동안 포스팅도 안 했다. 뭘까. 왤까. 블로그를 시작하겠다고 해놓고 티스토리를 열었다. 일상을 공유해서 이게 잘 되면 광고 수익을 낼 수 있으리라는 (꿩먹고 알먹고 식의)기대에서 시작한 것이었다. 본디 사용하던 이글루스 블로그도 있으나 그건 너무 에세이 위주라서 리뷰용을 만들어본 것이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구글 애드센스 승인이 안 되고..(물론 조건에 맞지 않으니 안된 것이겠지만) 길어진 칩거생활로 인해 단조로워진 나의 동선을 공유하기는 더 멋쩍어졌으며... 리뷰 쓰기가 귀찮아진 탓에 북스타그램용 계정을 만들어버리고 사진과 간단한 글 몇 줄을 올리는 것으로 어떤, 독자로서의 의무감을 처리한 뒤에는 더 길게 생각을 이어가거나 글을 남기지 않았다. 요즘 책과 영화를 본 걸 누군가와 깊이 나눠본 적이 별로 없다. 즐거운 영화의 내용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때(미친듯이 흥미로워서 나의 일상에 조금 영향을 주고 리프레시에 도움을 준 작품이나 이야기)만 주변의 가까운 사람, 자주 만나는 사람, 제일 많이 이야기하는 사람(=결국 남자친구)에게만 잠시 잠깐 나누어볼뿐...

지금, 돈과 직장이 없는 것 빼고는 건강상의 문제도 없고, 스트레스 받는 일도 없고, 일단 내 속을 뒤집어 놓을만한 인물들을 만나지 않아도 되어 갈등이라고 할만한 것이 전혀 없는 평화로운 상태다. 그런데 이걸 달리 말하면 고립이라고도 일컬을 수 있을 것 같다. 어쩌면, 고독.

내가 느끼는 고독은 대단하지도 초라하지도 않다. 그냥 혼자라는 것을 또렷하게 체감하고 그것을 멀쩡히 살아지내면서 조금은 즐길만한 거리를 향유하는 것. 그게 고독이라 생각한다. 그럴진대 별 새삼스러울 것이 있나싶기도 하다... 그런데 조금은 이전과는 다르게 고독을 바라보게 된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이런 저런 말을 덧붙이고 있는 것이다.

이전까지 무지와 순진무구함, 그리고 세상물정을 모르는 게으른 자의 미덕으로 인해 위험한 낙관과 희망을 가졌던 것 같다. 그걸 위험하다고 말하는 것은 그 기대가 무너진 결과 치명적인 실망감과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실망, 슬픔 그런 것도 다 에너지 넘치는 감정들이다. 하지만 그게 그냥 세상 일이 아니라 사람들에게서 받는 감정일 때 나는, 자신에 대한 실망까지도 느끼게 된다. 무지함, 무신경함, 기민하지 못한 무구함, 아둔한 애정 같은 결코 긍정할 수 없는 나의 결점을 끄집어내는 비참한 시간을 겪어내야만한다. 그래서 너무나 힘들었다. 이제는 그런 걸 가만 두고 볼 수가 없다. 나는 또 그럴 가능성이 너무 많다... 뭔가 장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런 생각으로 마음이 마치... 바틀비처럼 말라가고 있는데... 어떤 일에서 새로운 기대감을 갖고 희망을 할 수 있을까... 일단은 필사적으로 몸을 움직여야한다는 것, 새로운 일, 새로운 환경,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내 몫의 일감을 가져야한다는 것을 생각할 뿐이다. 그 어떠한 아름다운 기대 없이. 그런 차선을 생각하고 있다. 그걸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것이라. 나는 안으로 단단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야겠다. 혼자!

근데 조금 심심하고 재미가 없다. 이거는 조금 위험한 것 같다. 좋아할만한 것을 찾아가야겠다. 천천히 차분히 하나씩.

from http://earnestwriter.tistory.com/17 by ccl(A) rewrite - 2021-11-08 17:2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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